금리인하 멀어지는 美·EU… “먼저 내릴까” 머리 싸맨 韓銀

입력 2024-04-29 01:30
28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한 시민이 환전소 전광판에 표시된 환율을 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장중 156엔을 돌파해 엔화 가치는 34년 만에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권현구 기자

높은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도 기준금리 인하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연준의 행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먼저 낮춰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G) 자료를 인용해 “세계 기준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올해 금리 인하 폭을 0.7% 포인트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CB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전망치는 연초 1.63% 포인트였는데 2주 전 0.88% 포인트로, 최근 0.7% 포인트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 폭 전망치도 1.72% 포인트에서 0.56% 포인트로, 0.44% 포인트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불투명해진 결과다. 현재 미국은 물가뿐 아니라 고용과 유가까지 ‘트리플 상승’ 국면을 맞닥뜨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초까지만 해도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3차례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재는 ‘1~2차례 내리면 다행’이라는 시각이 짙다. 일각에서는 향후 1년 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제임스 나이틀리 미국 뉴욕 ING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연준의 고민은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로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달러 강세를 유발, EU 경제에 부담을 가해 (ECB 등) 다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피벗(통화 정책 방향 전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그동안 미국과 기준금리 차가 커지면 금융 시장 등에서 자금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연준과 발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 경제는 미국과 다른 모습이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장기간 미룰 수는 없다는 평가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7만3000명 늘어 2021년 2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 상승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연간 전망치는 여전히 2%대로,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1분기 GDP 성장률 호조는 수출 개선 덕분이고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김진성 흥국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와 국내·외 투자은행(IB) 등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되더라도 내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한은이 오는 8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