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를 만난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안한 지 열흘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 수반이자 실질적인 여권의 수장이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국회 제1당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 지도자다. 두 사람의 첫 영수회담은 정국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여야의 대결 정치가 협치의 길로 접어들지, 정국이 파열음을 내면서 정쟁과 갈등이 심화될지는 오늘 영수회담에 달렸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회담에 쏠린 국민적 기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국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이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기 원한다. 오늘 회담은 민생과 국정의 주요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만남이 되어야 한다. 협치를 시작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난 대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한 두 사람이 영수회담을 갖는 것 자체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사진만 찍고 헤어지는 회동이어서는 곤란하다. 야당 대표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 중 10% 정도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진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다짐한 것처럼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실질적인 협치를 통해 국가통합에 나서야 한다.
이 대표는 더욱 겸손해야 한다. 입법부의 실질적인 1인자이지만 국민들에게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지면 국민들의 다음 심판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총선 승리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정당화한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민생회복지원금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나눠주는 것은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물가인상을 부추겨 경제적 약자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절대빈곤층에게 25만원은 한 달 생활비일 수 있지만 중산층 이상 에게 그 돈은 용돈에 불과하다.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의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 대표가 첫 영수회담에서 자신의 총선 공약을 관철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급한 것은 국무총리 인선과 내각 개편이다. 2개월 넘게 지속되는 의료파업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 사람은 한국 경제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고, 취약 계층을 발굴하고 맞춤형 복지를 강화하는 데 뜻을 같이 해야 한다. 정파적 갈등은 줄이고 소통과 협치가 가능한 대목부터 합의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절제하고 인내하며 협치의 제도화를 마련하는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