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짜 수혜는 ‘원전주’… 전력 수요 급증에 수익률 급등

입력 2024-04-29 03:34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이 반도체를 넘어 원자력·전력 인프라 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될 예정인 데이터센터 가동에 전력 필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전력망 구축에 쓰이는 원자재인 구리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28일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HANARO원자력iSelect’였다. 올 초 대비 45.78% 상승했다. 국내 주식만 투자하는 ETF인데, 미국 빅테크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을 제쳤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 ELECTRIC(일렉트릭)의 주가가 연초 이후 2~3배가량 오른 덕분이다.

이 밖에 ‘ACE원자력테마딥서치(31.79%)’ ‘HANARO CAPEX설비투자iSelect(28.49%)’도 수익률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ETF도 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원자력·전력 인프라 관련주에 투자한다.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앞으로 지어질 데이터센터를 고려하면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관련 기업 주가를 끌어 올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내년이면 모든 칩을 구동할 만큼의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구글 검색에는 평균 0.3Wh(와트시)의 전력이 소요되는데, 생성형 AI 서비스인 챗GPT는 2.9Wh를 사용한다. 전력 소모량이 10배가량 더 많은 것이다.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영상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높아진 전력 수요를 해결할 방법으로 원전이 거론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기업 주가도 상승세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주요국이 ‘넷 제로(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으로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보니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구리 가격도 오르고 있다. 구리는 데이터센터는 물론 재생 에너지원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이동하는 배선에 필요한 필수 원자재다. 26일(현지시간)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996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으로, 연초 대비로는 17.58% 상승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