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나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질환 후 흔히 발생하는 ‘시야 장애’를 가상현실(VR) 기반의 모바일 앱으로 개선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국내에서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 ㈜뉴냅스 연구진이 개발한 ‘비비드 브레인(VIVID Brain)’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3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앱 등 소프트웨어로 예방·관리·치료하는 의료기기다.
뇌질환 후 시야 장애는 눈과 시신경에는 이상이 없으나 시각 중추가 손상돼 시야의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운전이나 독서, 보행, 계단 오르기 등 일상과 사회생활을 포함한 삶의 질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특히 뇌졸중 환자의 약 20%에서 시야 장애가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뇌졸중 진료 환자 63만2000명 가운데 12만6000명가량이 시야 장애를 겪을 것으로 추산됐다. 뇌질환 후 시야 장애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 없었다.
비비드 브레인은 시각 자극에 대한 반복적 훈련(줄무늬 비교 등)을 통해 지각을 향상해 뇌가소성(뇌의 적응 능력)을 높이는 ‘시지각 학습법’을 VR 기반의 모바일 앱으로 구현했다. 12주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개인별 맞춤 훈련 알고리즘을 통해 환자는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다.
단, 뇌전증 및 광과민성 발작 등의 경험 또는 경향이 있는 경우 사용해선 안 된다. 또 함께 사용되는 VR 기기의 특성상 장시간 훈련 시 멀미, 근육통, 두통, 눈의 피로감, 눈부심, 건조함 등이 수반될 수 있으므로 30분 이내로 훈련을 마쳐야 한다.
강동화 교수는 29일 “12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 시행 결과, 12주 동안 비비드 브레인으로 치료받은 시험군은 대조군(무처치) 대비 시야 면적 변화량에서 매우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고, 중대하거나 예상치 못한 이상 반응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보건복지부의 혁신의료기술 고시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검토 등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쯤 국내 환자 치료에 실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국내에선 지난해 불면증 환자용 디지털 치료기 1·2호(2월 솜즈, 4월 웰트-아이)와 이번 3호 비비드 브레인에 이어 호흡 재활 훈련 소프트웨어인 4호(이지 브레스)도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1호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는 지난 1월부터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여러 대학병원에서 비급여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