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장애인도 유산소운동 가능한 길을 열다

입력 2024-04-30 03:07
라이트하우스서울숲 임형규 목사(왼쪽)와 소울브릿지교회 반승환 목사(가운데)가 경기도 성남의 ‘판교창조경제밸리’에서 캥스터즈 김강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휠체어 유산소 운동 기구 휠리엑스를 체험해 보고 있다. 유튜브 더미션 화면 캡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한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속도를 즐기는 사람, 땀 흘리며 공놀이하는 아이 등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2023년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만 10세 이상 국민 9000명 가운데 62.4%가 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고 응답했고, 77.3%가 ‘건강 유지 및 체력 증진’을 위해 생활체육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유튜브 ‘더미션’의 ‘안녕하쎄오(CEO)’ 콘텐츠 촬영을 위해 서울 강남의 한 헬스장에서 만난 라이트하우스서울숲 임형규(44) 목사와 소울브릿지교회 반승환(41) 목사도 일주일에 2~3회씩 꾸준히 헬스를 해오고 있습니다. 우람한 근육에 트레이닝복이 잘 어울리는 반 목사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헬스를 시작한 뒤 사역으로 바쁠 때를 빼곤 웬만해선 운동을 거른 적 없다고 했습니다. 반 목사의 권유로 1년 전부터 헬스를 해오고 있는 임 목사도 “체력이 뒷받침되니 목회 사역뿐 아니라 육아도 거뜬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헬스장에서 휠체어를 타고 운동하는 장애인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제작진의 뜻밖의 질문에 두 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어떤 세상인데 장애인이 운동할 수 있는 헬스장이 없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리고 ‘하반신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을 가장해 헬스장에 등록하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습니다.

여러 곳에 전화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헬스장 사장들은 한결같이 “휠체어로 다닐 공간이 안돼서” “다른 회원들이 불편해서” “운동하다 다칠 수 있어서 안된다”는 등 여러가지 명분을 내세워 장애인의 운동할 권리를 제한했습니다.

‘2023년 장애인 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33.9%이며 주로 이용하는 운동 장소는 ‘근처 야외 등산로·공원’이 47.3%로 가장 많았습니다. 체육시설 이용률이 낮은 주요 이유는 ‘혼자 운동하기 어려워서’(29.9%) ‘시간이 부족해서’(19.0%) ‘체육시설과 거리가 멀어서’(12.9%)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안녕하쎄오’ 2화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트레드밀(실내에서 걷기와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기구) ‘휠리엑스’를 개발해 장애인들의 운동권을 보장하고 장애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무장애 피트니스’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캥스터즈’ 김강(33)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임 목사와 김강 대표, 반 목사(왼쪽부터). 유튜브 더미션 화면 캡처

경기도 성남의 ‘판교창조경제밸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캥스터즈’의 뜻에 대해 “기꺼이 무엇이든 시도하고 소중한 사람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데, 어머니와 같은 분이 전 세계에 1억명이 존재하더군요. 이들이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인식해 휠리엑스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휠리엑스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트레드밀 위에 올라 바퀴를 굴리며 유산소 운동을 하는 기구입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 콘텐츠를 개발해 재미의 요소까지 함께 접목했습니다.

이날 임 목사와 반 목사도 휠리엑스에 도전해 봤습니다. 레이싱 게임에서 1대 2로 패한 반 목사는 “근력이 약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장애인들이 휠리엑스를 통해 체력도 증진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정작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보다 더 운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대표는 “장애인 전용이 많다는 것은 얼핏 장애인을 배려하는 듯 보이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배척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며 “미국과 유럽은 피트니스 분야뿐 아니라 모든 인프라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을 짓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고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결국 휠체어에 앉게 돼 있다.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캥스터즈’는 지난해 4월 미국 혁신가들의 오스카라고 불리는 ‘에디슨 어워즈’에서 유저 중심 디자인 부문 대상을, 지난 1월에는 세계 최대 ICT 융합 전시회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서 접근성과 노인 기술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김 대표는 “실패도 많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캥스터즈를 하나님이 어떤 목적과 원하시는 계획대로 이끌어가신다는 것과 나같이 자격 없는 사람을 청지기로 사용하고 계시다는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에서 ‘휠리엑스’을 활용한 ‘휠체어 레이싱’ 종목(VR부문)이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는데 추후 국제패럴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돼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전국 장애인 복지관과 체육시설에 운동 체험 공감을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게임도 하고 대회도 할 수 있길 꿈꾼다”고 전했습니다.

임 목사는 “장애인들의 재활과 운동을 즐거움 속에서 도와주는 캥스터즈가 너무 귀하다”며 “성경 이사야에서 나오는 하나님 나라와 같이,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놀 듯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함께 운동하며 뛰노는 그날을 응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안녕하쎄오’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을 방문해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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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