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입력 2024-04-30 03:03

안식일 다음 날 저녁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후 사흘째 되던 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대인들이 무서워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셔서 평화를 빌어주시고 사명을 부여해 주시고 능력을 내려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평화와 세상을 향한 복음 전도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이를 위해 성령님께서 주시는 죄를 용서하는 능력을 내려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제자들은 두려움을 넘어서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용서를 베푸는 용기와 사명과 능력을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이 자리에 도마가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다른 제자들은 감동에 겨워 도마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만 도마는 그들의 증언을 믿지 못하고 말합니다.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이 일로 도마는 의심하는 사람의 상징이 됐습니다. 하지만 도마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후에는 예수님을 향해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는 최고의 신앙 고백을 드립니다. 그런 도마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요한복음은 이 사건 기사를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독려합니다. 특별히 요한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믿은 제자들의 증언을 듣고 믿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도마의 믿음을 낮게 평가하시고 그가 복되지 않다고 꾸짖는 말씀일까요. 비록 도마가 다른 이들의 증언을 믿지 못하고 직접 보고 믿는 믿음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도마의 의심하는 말은 자신이 믿어야 할 부활하신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명확하게 밝혀줍니다.

도마는 ‘그의 못 자국을 보고, 그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그분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아야 믿겠다’고 말합니다. 이 말이 믿음의 실증적 증거, 물적 증거를 요구하는 말, 의심의 말로 여겨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믿어야 할 부활의 예수님은 십자가의 수난으로 죽으신 바로 그분이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는 단순한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도마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지극한 사랑으로 죽기까지 순종하셔서 십자가에 죽으신 분, 십자가에 못 박히고 창에 옆구리를 찔려 죽임을 당하신 나사렛 사람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믿음입니다.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셨다는 사실을 놓치거나 또 도마의 말을 의심하는 말로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부활한 예수님을 체험한 이후 도마의 고백처럼 우리의 주님이시고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수난당하신 바로 그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그리고 보지 않고 믿는 우리에게 평화와 용기와 사명을 주셨습니다. 보지 않고 믿는 믿음이 복된 것은 일신의 번영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참여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안균호 사제(대한성공회 기장교회)

◇안균호 사제는 부산 기장에서 대한성공회 기장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발자국 사회적 협동조합’ 대표를 맡아 예비 사회적 기업인 ‘발자국 카페’와 ‘발자국 주간활동 서비스 제공 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