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분기 깜짝 성장만으로 경제 낙관하긴 이르다

입력 2024-04-29 00:32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 성장률은 전기 대비 1.3%로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시장전망치(0.5∼0.9%)를 크게 웃돈 것으로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오는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올 성장 전망치를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1분기 실적 호조, 주요 국내외 기관의 성장 전망 상향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2.2%)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2% 후반대까지 올 성장률을 올려 잡을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국내외 민간 투자업계에선 연 2.2~2.8%에 이르는 수정 전망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정부 바람대로 성장률이 호전되면 나쁠 게 없지만, 대내외 환경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1분기 깜짝 실적만으로 일희일비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햄버거 피자 등의 가격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는 등 과일 채소에 이어 외식 물가까지 꿈틀대면서 내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확대일로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도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공사비, 인건비 급등으로 아파트 착공 건수가 급감하는 등 건설경기는 최악이다. 대외적으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이 여전한 데다 금리 인하의 열쇠를 쥔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바람에 금리 인하 기대가 점점 더 약화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1.6%로 지난해 4분기(3.4%)보다 절반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불거졌다. 한국의 수출 비중이 중국을 넘어 1위로 올라선 미국의 경기마저 꺾이면 모처럼 살아난 수출마저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섣부른 성장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성장률 수치에 연연하기보다는 서민들이 체감 경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철저한 물가 관리 등 민생을 다독이는 게 먼저다. 아울러 규제 완화 조치 등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