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영국을 살았던 모녀를 함께 다룬 전기다. 전기로서는 이례적인 형식인데, 이 모녀가 둘 다 작가이며 세상을 바꾼 책을 나란히 남겼다는 점에서 둘을 하나의 이야기로 꿰어낸 이 구성은 탁월하다고 하겠다.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는 최초의 페미니즘 책으로 꼽히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썼다. 그녀는 딸 메리 셸리(1797∼1851)를 출산한 지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딸은 19세에 SF의 기원이 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썼다.
책은 모녀의 생애를 시간순으로 배치하는 대신 둘의 생애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모녀는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았지만 하나의 영혼이었다. 여성, 작가, 그리고 시대가 그어놓은 경계를 과감히 뛰어넘은 용감함에서 둘은 마치 같은 사람처럼 닮았다.
책은 두 사람의 생애를 통해 여성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게 조명한다. 근대 혁명과 낭만주의의 시대,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시대, 두 여성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 자립했으며, 남성 사회에 맞서는 여성의 사상을 출발시켰고,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새로운 글쓰기 세계를 열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최초의 페미니스트이자 내적인 삶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언한 최초의 영국 작가였다. 셸리는 인간 본성의 심연을 보여주는 캐릭터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해 SF라는 장르를 열었다. 이 책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이다. 메리 셸리의 전기가 국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