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 동상 철거 나선 대만… “탈중국화 의도”

입력 2024-04-24 01:13
대만의 장제스 동상. 홍콩 SCMP 캡처

대만이 다음 달 20일 라이칭더 총통 취임을 앞두고 전국 공공장소에 남아 있는 장제스 전 총통 동상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대만에서 중국 색깔을 지우는 ‘탈중국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760여점의 장제스 동상을 철거하고 매년 5월 19일을 ‘백색 테러 규탄의 날’로 지정하기로 했다. 백색 테러는 장제스 총통 집권기에 우파 집권세력에 의해 자행된 테러를 지칭한다.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인 차이잉원 총통은 2018년 출범한 ‘과도기 사법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장제스가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고 결론 내리고 그의 동상 934개를 철거키로 했다. 하지만 군부 등의 반대로 165점을 철거하는 데 그쳤다.

장제스는 국공내전에서 패해 1949년 대만으로 건너온 뒤 1975년까지 대만을 강압 통치했다.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대만 내성인을 학살하고 정적을 탄압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1947년 2월 28일 시작된 대만 내성인의 ‘2·28 시위’에 국민당 군대를 보내 2만여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다고 민진당 정부는 판단한다.

대만 군부는 입장이 다르다. 장제스는 1924년 대만군의 뿌리인 황포군관학교 교장을 지냈고 1950년 대만에서 재개교할 때 설립자 역할을 했다.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지난주 “장제스를 기리는 건 군사적 전통이며 군 기지 내에 있는 장제스 동상은 사유지에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대만 국립정치대 황퀘이보 교수는 장제스 동상 철거를 민진당 정부의 ‘탈중국화’ 움직임으로 봤다. 그는 “민진당 정부가 장제스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대만 탐캉대 제임스 천 교수는 동상 철거를 ‘백색 테러 규탄의 날’과 관련지어 분석했다. 그는 “이런 조치들은 국민당의 역사적 불법행위를 공격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면서 “장제스 동상 철거는 중국 본토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