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표적] <58> 에바다!

입력 2024-04-23 03:05
엘 그레코 作 / 병든 자를 치유하시는 예수, 1577~1578년

예수님이 두로와 시돈 지방을 떠나
데가볼리 지역을 지나가시네
걷고 또 걸어 닿은 곳은 갈릴리 호수
사람들이 한 병자를 예수님께 데리고 오네

귀먹고 말 더듬는 이 사람을 고쳐주세요
사람들이 예수님께 간구하네
그 병자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혀가 꼬여 말도 더듬거리네

병자를 따로 데리고 가신 예수님은
자신의 손가락을 병자의 양쪽 귀에 넣은 뒤
그 손가락에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고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탄식하시네

에바다(열려라)! 하고 말씀하시니
그 병자의 닫힌 귀가 열려 소리를 듣네
혀도 풀려 더듬지 않고 또렷이 말하니
예수님의 능력에 사람들이 크게 감탄하네

귀가 먹어 듣지 못하고 그 결과로 혀가 꼬여 말까지 더듬는 병자를 고쳐주신 사건이다. 복음서 중 마가복음에만 기록됐다.(막 7:31~37) 가버나움 성읍을 떠난 예수님은 팔레스타인 북쪽 지중해 연안 도시들인 두로와 시돈을 두루 돌아다니며 전도하신 후 데가볼리 지역을 거쳐 갈릴리 호수로 돌아오신다. 데가볼리는 ‘10개의 도시’란 뜻인데, 이 도시들은 갈릴리 호수 동편과 요단강 근처다. 예수님이 갈릴리 호수와 인접한 마을에 이르자 사람들이 병자를 하나 데리고 와서 고쳐주시기를 간구한다. 이때 예수님은 그 병자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손가락을 병자의 양쪽 귀에 넣고, 그 손가락에 침을 묻혀 병자의 혀에 대는 직접적인 접촉 방식을 통해 치유하신다. 이때 예수님은 “에바다!” 하고 말씀하신다. 이 말은 아람어의 음역으로 ‘열려라’란 뜻이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