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중국 희토류 패권… 점유율 90→70%로 낮아져

입력 2024-04-23 01:30
중국의 한 희토류 광산 채굴 현장. AP뉴시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중국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해 수출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자 주요 소비국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지질조사국은 세계 희토류 수출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이 2012년 90%였으나 2022년 70%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호주, 미얀마,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희토류 대체 발굴지로 떠올랐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내 희토류 생산 기업들의 수익률은 나빠졌다.

희토류는 땅속에 있는 희소 금속으로 란탄 계열 15개 원소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스마트폰·전기차 배터리, 반도체용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레이저, 전투기, 미사일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전기차와 풍력발전 등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30%도 희토류로 구성된다.

희토류는 농축된 광물 형태가 아니라 원소로 흩어져 있어 채굴·농축·분리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정제 작업을 거쳐야 해 지하수 등 환경 오염이 심하다. 이 과정에서 라듐 등 방사성 물질도 나온다.

선진국들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희토류 채굴 사업을 꺼리는 동안 중국은 느슨한 환경 규제와 저가 공세에 힘입어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은 2010년 중국 어선 나포로 갈등을 빚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고, 일본은 폐PC와 전화기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대체 발굴지를 찾아 나섰다.

SCMP는 “세계적으로 희토류 수요는 증가 추세이지만 생산국이 다양해지면서 중국의 점유율이 점차 줄고 있다. 중국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2021년 4만8900t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지만, 2022년에는 보합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도 7.3% 증가에 그쳤다.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 기업인 북방희토는 지난 19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62.6%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업종인 중국 샤먼텅스텐도 “희토류 글로벌 공급 패턴의 다각화가 본격화됐다”면서 “서방 국가들이 희토류에 중요성을 더 부여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SCMP는 “희토류 공급 국가들이 늘면서 중국으로선 더 적은 이윤을 남기고 팔아야 할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다각화가 중국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뜨리겠지만 100%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방문연구원인 스티븐 나기는 희토류 광물을 광범위하게 보유한 중국이 관련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데다 환경 오염을 감내할 의지도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