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수정안 거부한 의료계, 국민 분노 두렵지 않나

입력 2024-04-22 00:31
경기도 한 대학교 의과대학 복도.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이 21일 대정부 호소문을 발표하고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에서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대학별로 증원된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에 한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뽑게 하겠다는 정부안을 거부한 데 이어 ‘원점 재논의’를 거듭 주장한 셈이다. 정부가 고심 끝에 큰 폭으로 양보한 증원안을 제시했음에도 의료계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학장·학원장 회의를 거쳐 이날 발표한 호소문에서 “2026학년도 이후 입학 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2025학년도 50~100% 자율 선발’이라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가 의료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교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의협 비대위도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부 발표는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한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의협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비대위는 조만간 첫 회의가 예정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불참 의사를 강조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안에 대해 최대 절반까지 감축할 수 있는 안을 내놨다. 소통을 통해 해결하라는 총선 패배의 민심을 받아들인 결과다. 앞서 의협은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고 주장한 바 있으나 이는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오래 전부터 한결같이 의료개혁에 대한 열망을 표출해 왔다. 의료개혁과 관련해 총선을 통해 민심이 지적한 것은 소통을 통해 추진하라는 것이었지 원점으로 되돌리라는 게 아니었다는 점을 의료계는 알아야 한다. 정부의 증원 감축안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는 거부하면서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원점 재논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모습은 그저 의료개혁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의료계가 총선 결과를 통해 가슴에 새겨야 할 부분은 국민은 오만한 모습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