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못듣는 우리 아이 어쩌나

입력 2024-04-23 06:33
1000명당 1~2명 빈도로 발생
고도 이상 난청, 생후 9개월 이전
‘인공와우 수술’ 언어 발달에 도움
2세 이전에 정상 청력 수준 도달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가 고도 이상 신생아 난청의 유일한 치료법인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고도 이상의 난청을 앓는 아이는 생후 9개월 이전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것이 언어 발달에 도움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런 조기 수술군에서 언어 발달 수치 중 ‘수용(듣는) 언어 발달’이 유의하게 향상했으며 2세 이전에 정상 청력을 가진 아이들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천성 난청 환아들이 청각 재활과 두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게 되면 언어 발달이 느리고 영구적인 두뇌 발달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 수술 시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에게 수술을 시행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모들도 있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2일 “난청의 원인 파악이 잘 돼 있고 아이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우 생후 7~8개월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권고했다. 그는 조기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선천성 난청 환아의 적절한 수술 시기와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 논문을 국제 이비인후과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최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을 1000차례 이상 시행한 청각 재활 분야 국내 권위자다. 최 교수에게 신생아 난청에 대해 들어봤다.

-갓난아기의 난청을 의심할 증상은.

“국내에선 90%에 달하는 신생아에 대해 난청 선별검사가 이뤄지고 있어 출산 병원에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가정 출산 등으로 부득이 선별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 당연히 아기가 들을 것으로 생각되는 소리에 반복적으로 일관되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의심할 수 있다.”

-어떨 때 병원에 가야 하나.

“신생아 시기에는 당연히 아기가 들을 것으로 생각되는 소리에 일관되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2~3세의 경우 발화(표현 언어)가 또래들보다 매우 늦을 때, 3~4세에는 발음이 또래보다 아주 나쁘거나 정확도 향상이 매우 느릴 때다.”

-선천성 난청의 유병률과 원인은.

“신생아 1000명 당 1~2명 빈도로 고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 현재 국내 출산율을 고려하면 연간 400~500명 정도다. 60% 이상은 유전성이고 달팽이관 기형 20%, 엄마 뱃속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10%, 원인 불명이 10%를 차지한다.”

-어린 나이에 수술이 부담스러울 텐데.

“난청은 청력 손실 정도(데시벨·㏈로 표시)에 따라 경도·중도·중고도·고도·심도로 구분한다. 난청의 정도가 경도(30㏈ 이내)나 중등도(30~70㏈)면 보청기와 언어 치료로 충분히 재활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70㏈ 초과)나 심도(90㏈ 초과) 난청의 경우는 늦지 않게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언어 치료를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고도 제일 나은 방법이다. 1세 미만에선 양측에 심도 난청, 1세 이상에선 양측에 고도 난청일 경우 보청기를 사용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고·심도 난청에 속하고 언어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도 근거 없이 부모의 막연한 부담감으로 수술을 지연할 경우 아이의 언어와 두뇌 발달은 치명적인 한계를 갖게 돼 영구적으로 발음의 명료도가 떨어지거나 학업 능력의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수술 후 아이가 떼 내려 하지 않나.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와우)에 전극을 심고 외부 소리가 전기신호로 변환돼 청각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하도록 해 주는 방법이다. 피부밑에 심는 내부 장치(임플란트), 전극, 외부 장치(어음 처리기)로 구성된다. 아이들이 수술 후 외부 장치를 부착하면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 적응하고 나면 오히려 인공와우 기기를 늘 찾게 된다.”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나.

“기기 고장(0.5% 이내)이나 감염(1% 이내)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면 내부에 심은 인공와우는 교체하지 않고 영구적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99%는 평생 단 한 번의 수술로 끝나고 수술 자체도 소아의 경우 전신마취로 1시간 반이면 끝날 정도로 안전하다. 경험 많은 의사에게 수술받는 경우 매우 용이하다.”

최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1만명 넘는 환자들이 수술받아 혜택을 누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미미한 기기 고장이나 감염 등 부작용만 없다면 50년 가까이 반영구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40년 이상 시행돼 온 수술임에도 홍보 부족 등으로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제대로 알리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수술 후 주의할 점은.

“특별히 없다. 오히려 인공와우가 특별하거나 일상에서 주의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혹은 위험한 수술이라고 잘못 곡해하거나 필요 이상 경계를 해 수술이 필요한 적기에 이뤄지지 않는 것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암 등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인공와우 수술도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늦은 시기에 수술받으면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기에 적절한 시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의와 상의를 미리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