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최 예정 ‘전자담배 박람회’ 흡연 조장 비판에 하반기로 연기

입력 2024-04-23 06:03
지난해 개최된 전자담배 박람회 행사장 내부에서 참가자들이 액상 전자담배를 흡연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1% 이상 니코틴 제품 전시·판매가 불가하다는 푯말이 무색하게 고농도 니코틴 제품이 전시된 모습.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제공

흡연 조장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던 전자담배 박람회(Korea Vape Show 2024)가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의 적극적인 행정으로 다음 달 개최에 제동이 걸렸다. 주최 측은 당초 예정했던 행사가 하반기로 연기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2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다음 달 17~19일 경기도 수원 수원메쎄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액상 전자담배 박람회가 무산됐다. 주최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액상 전자담배 전시회와 베이프 트릭쇼(연기로 원 만들기) 등을 예고했었다.

전자담배 박람회는 2018년부터 2019년, 2022년, 2023년까지 4차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열릴 때마다 실내 흡연, 허술한 청소년 출입절차, 무료 시연, 기기 장치·액상의 광고·판촉 등 일탈 행위와 법령 위반 사항 등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7월 복지부와 국가금연지원센터 현장 점검 때는 주최 측 주장과 달리, 1% 이상 고농도 니코틴 제품의 전시·판매도 다수 확인됐다.

킨텍스 같은 대규모 공공 전시장에서 아동·청소년의 노출 위험이 큰 담배업계 행사가 열리는 것 자체에 대한 따가운 눈총도 이어졌다. 결국 킨텍스 대표는 2024년 행사에 장소를 임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주최 측은 올해 개최 장소로 민간 전시장인 수원메쎄를 정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월 말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건강증진개발원과 경기도, 권선구, 경기도금연사업지원단,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 수원교육지원청, 수원시 등 8개 유관기관 관계자가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민간 운영사를 방문해 개최에 따른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개최 장소 주변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교육환경보호 구역에 해당됐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유관 기관이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으로 일단 5월 행사 개최는 막았다”면서 “하지만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니라 하반기로 연기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행사 추진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