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의과대학은 내년도에 한정해 증원 인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 모집 인원을 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일부 비수도권 국립대학교의 건의를 전격 수용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2000명인 내년도 의대 증원 폭은 대학들의 판단따라 최대 1000명까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 조치는 내년도 입시에 한해 적용된다. 다만 의료계는 여전히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어 의정 갈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별 브리핑을 통해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인원을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며 “4월 말까지 2026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도 2000명 증원내용을 반영해 확정·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이 전날 건의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000명씩 5년간 1만명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건의안을 제출한 6개의 국립대가 모두 50%를 증원한다면 내년 의대 증원은 1700여명이 된다. 32개 대학이 모두 50%만 뽑는다면 증원되는 정원은 1000명까지 줄어든다.
한 총리는 “책임 있는 정부로서 오늘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부디 이해해달라”며 “의료계와 열린 마음으로 어떤 주제든 대화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조정안 외에도 의료계 등과 협의해 추가적인 조정도 가능하지만, 의료계에서 나오는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6학년도, 2027학년도로 이어지는 의대 정원 문제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의료계의 통일된 안이 제출되면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원점 재논의가 아니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장들의 의대 증원 규모 축소에 대한 건의는) 너무 미흡하다. 의대 증원이 약 50% 준다고 가정해도 1000명 남짓”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현장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며 “의협 입장은 기존대로 원점 재논의”라고 말했다.
박준상 차민주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