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만화 ‘박시백의 고려사’가 5권으로 완간됐다. 만화가 박시백(60)은 10년의 시간을 들여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 20권)을 완성한 데 이어 고려사까지 출간함으로써 한국사 1000년을 만화로 그려냈다.
박시백은 철저히 정사에 입각해 역사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시백의 고려사’는 조선 전기 왕명으로 편찬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바탕으로 고려사를 구성했다.
고려시대는 한국사 중에서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기록은 적고, 유물과 유적도 대부분 북한 지역에 소재해 접할 수 없었다. ‘박시백의 고려사’가 고려사 대중화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박시백은 희박한 자료에 기대 고려의 왕과 인물들을 그려내야 했다. 그렇게 지도자상의 왕건, 늠름하고 잘생긴 체구와 용모의 견훤, 장대한 체구의 김부식 등을 만들었다. 궁예는 드라마 ‘태조 왕건’에 나온 안대를 찬 이미지가 유명하지만 박시백은 안대를 차지 않은 모습으로 그렸다. 궁예의 초상화들에서 안대를 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고려 인물도 새로 조명했다. 거란과 맞서 싸운 김취려 장군이 대표적이다. 사대주의자로 알려진 김부식을 재평가해 고려의 이익을 중시했던 현실주의자로 묘사한 점도 눈에 띈다.
고려사와 함께 4년여의 시간을 보낸 박시백은 고려를 “작지만 야무진 나라”라고 정의한다. “외침이 너무 많았고 원나라 간섭까지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를 보존할 수 있는 힘. 이게 고려의 정체성이고, 고려가 후대에 물려준 유전자이지 않나 생각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