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1만3000명 “대학 총장이 증원 명령 거부해달라”

입력 2024-04-18 04:02

의과대학 증원을 막아 달라며 의사와 의대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을 향해 증원 명령을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공의들은 수험생 혼란을 이유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정부를 향해 “수능을 미룬 전례도 있다”며 유예를 거듭 촉구했다.

전국 32개 대학 소속 지방 의과대학 학생 1만3000여명은 오는 22일 대학 총장을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 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는 “대학 총장에게 내용증명 발송을 통해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시행계획 변경 거부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의대생들은 정부를 상대로 증원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과 의대 증원 명령을 거부할 것 등을 총장에게 요구했다.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의대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6건 중 4건이 각하 결정된 바 있다. 재판부가 의대 증원이라는 행정 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자격은 각 대학의 총장에게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이 취소 소송의 주체는 대학 총장이라고 하자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에게 배정 처분 취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이 수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각 대학이 써낸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교육부가 정원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대입요강 확정 발표 전 증원을 백지화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 1360명과 함께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 정근영씨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포항 지진이 났을 때처럼 큰 이벤트(수능)도 미룰 수 있는데, 정원(조정)이 확정된다고 해도 바꿀 수 있지 않느냐”며 “(정부가 제시한) 5월이라는 것(시점)도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이 제안한 ‘사회적합의체’를 통한 대화가 이뤄진다면 의료계가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다른 나라를 봐도 의사 수 추계위원회는 의료계와 정부가 ‘일대일’로 만나거나, 의사가 과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환자나 시민단체 등 각계 의견을 반영하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연일 의·정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향후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