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해역에 띄운 국화 한송이… “10년 흘러도 아픔은 그대로”

입력 2024-04-17 04:04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4·16재단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안산시가 주관한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시민 등 주최 측 신고인원 2500여명보다 많은 35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안산=윤웅 기자

“꽃피우지 못한 자녀들을 가슴에 묻은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아픔과 세월호에 태웠다는 후회는 여전합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이 열렸다. 침몰 해역임을 알리는 노란 부표 근처였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온 뒤 그날 떠난 304명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사랑과 미안함을 눌러 담은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망망대해에 띄웠다.

김병곤 가족대책위 초대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대신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비슷한 참사가 이어지는 것을 보니 우리가 바라던 사회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며 “국가는 조속히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을 다시 한번 약속해 달라”고 덧붙였다.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과 4·16재단 관계자들은 목포로 돌아와 목포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선체를 찾아 추모제를 이어갔다. 유족들은 곳곳에 녹이 슬고 훼손된 선체 앞에서 눈물 흘리거나 고개를 떨구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희생자들이 수습돼 ‘기다림·통곡의 항구’로 불리는 팽목항에선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이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추모객들은 노란 리본에 추모 문구를 새로 적어 구조물에 매달았다.

이날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앞에서도 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등 2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이 추모관에는 단원고 학생이나 교사가 아닌 일반인 희생자 45명 가운데 44명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다. 이들 중 2명은 구조·수색 작업을 하다 숨진 민간 잠수사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협의회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어김없이 4월 16일은 돌아왔다”며 “우리 가족들에게는 몸이 먼저 기억하고 심장이 아파오는 계절”이라고 전했다. 이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304명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유가족들은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놓인 위패에 차례로 헌화하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장관은 추모사에서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유가족과 생존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가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 준비와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이날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차관 재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진도·인천=김영균 김민 기자,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