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전 화물선적선·구명조끼 등 확인 완료!

입력 2024-04-17 04:08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운항관리자가 지난 9일 목포운항관리센터에서 선박모니터링시스템으로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다수 안전 전문가는 해운회사가 가입된 한국해운조합의 부실한 선박 안전관리 감독 관행을 침몰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운회사들의 조합비로 월급을 받던 운항관리자의 이른바 ‘봐주기 감사’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참사 당일에도 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들이 차량 및 화물 적재량이 허위로 기재된 보고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세월호를 출항시켜 침몰 위험을 키웠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공기업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을 설립해 운항관리자들을 공단 소속으로 편입시켰다. 독립성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내항선 안전점검은 운항관리자와 2015년부터 도입된 해사안전감독관이 전담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0시 목포항. 이날 오후 홍도로 출발 예정인 여객선 뉴골드스타가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377명을 수용할 수 있는 뉴골드스타는 길이가 약 37.8m에 달하는 거대한 선박이다. 이날 감독을 진행한 오상균 해사안전감독관은 20년 넘게 선박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 베테랑이다.

이 여객선 선장실에 비치된 안전점검내용 보고서 모습.

오 감독은 가장 먼저 출항 전 점검 과정을 검사하기 위해 김미진 주임운항관리자와 선박으로 향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장과 운항관리자의 출항 전 점검을 의무화했다. 이들은 선박의 모든 출항 건마다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를 작성해 승선하는 승객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야 한다.

오 감독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만재흘수선이었다. 흘수선은 선체와 수면이 만나는 선이고, 만재흘수선은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흘수선이다. 화물을 과적하거나 승객 인원이 기준치를 초과해 선체가 가라앉으면 수면이 만재흘수선 위로 올라간다. 이럴 경우 선박이 예비부력을 확보할 수 없고, 선박의 복원력이 사라진다.

목포항에서 홍도로 가는 여객선 뉴골드스타의 내부와 여객선에 비치된 구명뗏목.

여객선 내부로 들어간 오 감독은 가장 먼저 선박의 기관실에 들러 엔진과 발전기를 점검했다. 선박 내외부에 비치된 구명조끼와 구명뗏목의 유효기간, 수량 등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선장실 점검을 진행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육지의 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레이더와 GPS장치의 작동 여부를 살폈다. 관리자 김미진씨는 “공단 소속으로 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감독관 수 부족이 향후 숙제로 남아 있다. 전국 해사안전감독관은 총 40명, 이들이 지난해 지도·감독한 횟수만 4265회에 달한다. ‘수박 겉핥기식’ 감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16일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공무원이다보니 탄력적으로 채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목포=글·사진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