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15층 법정 형사 피고인석에 15일 오전 9시30분쯤(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헌정 사상 첫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150명가량의 지지자들이 법원 앞 콜렉트폰드 공원에 모여 그를 맞이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든 뒤 법원으로 들어섰다.
1년 전 같은 곳에서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했을 때와 똑같은 장면이었지만 대선을 200여일 앞둔 상황이어서 의미는 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운명을 바꿀 재판”이라고 평가했다. 세기의 재판답게 수백명의 취재진이 법원으로 몰려들었다. 재판 과정은 생중계되지 않았지만 방청석에서 재판을 참관한 기자들이 주요 장면과 발언을 실시간으로 전달했고 CNN 등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트럼프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에게 “전례 없는 핍박이자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나는 여기 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에선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는 사전 변론에서 짜증 나고 지친 기색을 보였고 (판사 발언 등을) 비웃기도 했다”며 “후안 머천 판사가 마지막 쟁점에 대한 변론을 듣는 동안 트럼프는 조는 듯 머리를 꾸벅였고 입이 늘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의 핵심은 배심원단 선정이었다. 머천 판사는 1차 배심원단 후보 96명을 법정으로 불렀고 “이 사건 피고인은 내 오른편에 앉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씨다. 피고인 트럼프는 1급 문서기록 위조에 대한 34건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말했다.
배심원단 선정은 쉽지 않았다. 머천 판사가 배심원단 후보들을 향해 “재판에서 공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하자 50명 이상이 손을 들었다. 이들은 즉시 법정에서 퇴장했다. 트럼프 측은 머천 판사의 딸이 민주당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머천 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