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두고 ‘개’ 설전이 오갔다. 한 전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최근 강도 높게 한 전 위원장을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개’에 빗대자, 홍 시장이 김 전 위원을 향해 ‘개’로 맞받아친 것이다.
홍 시장은 총선 완패 이후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공세 강도를 높였다. 홍 시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 글에서 “깜도 안 되는 한동훈”이라며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되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사람 데리고 왔는데, 배알도 없이 그 밑에서 박수 치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13일에도 “도대체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한동훈이 무슨 염치로 이 당 비대위원장이 된다는 것이냐.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전략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놀이나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 시장의 공격이 계속되자 김 전 위원이 나섰다. 김 전 위원은 15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시장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홍 시장의 일련의 증상들에 대해서 제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저건 강형욱씨가 답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개의 문제적 행동을 교정하는 유명 개 훈련사인 강씨는 ‘개통령(개와 대통령의 합성어)’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위원의 발언은 홍 시장을 ‘개’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전 위원은 홍 시장이 ‘한동훈 책임론’을 제기하는 배경에 대해선 “차기 (대권)에 대한 어떤 고려 속, 그리고 (한 전 위원장이) 경쟁자다, 이런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홍 시장을 겨냥해 “한 위원장이 ‘우리를 짓밟던 사냥개’이고 ‘깜도 안 되는’ 자였으면 지명할 당시 반대했어야지, 그때는 뭐했나”라며 “100일 동안 나름 최선을 다하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에게 그런 조롱을 던지는 것은 비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김 전 위원을 향해 “세상 오래 살다 보니 분수도 모르는 개가 사람을 비난하는 꼴도 본다”면서 반격을 가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에 올라온 “김경율이야말로 위선자입니다”라는 글에 답글로 이같이 비난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