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대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에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 400억 달러(약 55조3000억원) 이상의 반도체 생산 투자에 나선 데 대한 보조금 지원이다. 이는 미국 기업 인텔(85억 달러·11조8000억원)과 대만 기업 TSMC(66억 달러·9조1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액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된 TSMC 보조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TSMC보다 높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액은 기존 170억 달러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과 함께 추가로 새 공장을 설립하고, 연구·개발(R&D) 센터, 패키징(후공정) 시설을 마련한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테일러 공장은 2026년부터 4나노 및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공장에선 향후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미 정부는 “삼성과 같은 투자로 미국은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반도체 가운데 약 20%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글로벌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구축하기 위해 해외 반도체 기업에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쏟고 있다. 한국과 대만, 중국에 모인 반도체 생산·제조 시설과 역량을 자국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맞교환하는 형식이다. 보조금 66억 달러를 받는 TSMC는 미국에 6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삼성의 미국 내 투자 발표는 나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의제와 한·미 동맹이 미국의 모든 구석에 어떻게 기회를 창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본보기”라며 “이들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 중 일부의 생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칩스법을 계기로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액은 늘고 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칩스법 도입 이후 발표된 민간 투자액은 총 3500억 달러 이상이다. 삼성전자 투자액까지 합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칩 수요 증가가 미국 투자를 견인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미 정부는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수율 등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를 내걸었다. 다만 구체적인 보조금 지급 요건과 절차는 업계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송태화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