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지배구조 측정 가능한가”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 놓고 반발

입력 2024-04-16 04:04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놓고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다.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증시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기업 실적이나 성장성이 아닌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재무건전성이 낮은 데도 지배구조가 좋다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받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주최한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관련 좌담회에 참석한 학계 인사들은 “우수한 지배구조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수 지배구조라는 것이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객관적 연구 결과도 없고 그런 연구가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상장사에 법인세 감면 컨설팅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우수 지배구조 기준으로 거론되는 ‘완전모자회사’(모회사가 자회사 의결권 주식 100% 소유)에 대해서도 경영계와 학계 일각에선 비판적으로 본다. 최 명예교수는 “완전모자회사는 자본조달이 어려워 신산업 진출 등 확장이 크게 제한된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별로 상황이 다양한데 획일적 지배구조를 인센티브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을 통한 증시 부양을 하려면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기업 수익성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기업이 투자와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기업이 할 수 없는 외환시장 규제 완화와 외국인 등록제도 개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의 다양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기업을 밸류업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