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정책에 대한 재판 해주세요”

입력 2024-04-16 04:06

“안녕하세요 재판관님. 요즘 점점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지구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자연재해가 일어난데요.”

서울 구일초 4학년 이예솔양은 15일 헌법재판관들에게 보내는 손편지(사진)에서 “재판관님 이번에는 환경 정책에 대한 재판을 해주세요. 응원할게요”라고 적었다.

헌재는 오는 23일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 변론을 연다. 2020년 3월 첫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이다. 기후소송 공개 변론이 열리는 건 아시아에서 최초이기도 하다. 이양은 이번 소송에 원고로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기후 소송에 미래 세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편지를 썼다. 기후행동 활동가와 청소년 등으로 구성된 기후소송 원고단은 변론 전날까지 기후 변화를 우려하는 일반 시민의 손편지를 모아 전달할 계획이다.

재판은 정부의 부실한 기후 위기 대응으로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청소년, 시민단체, 영유아 등이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 4건이 병합돼 진행된다. 핵심 쟁점은 정부가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 등에서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줄이는 것’으로 설정한 부분이다.

청구인들은 정부 목표가 국제법상 요구되는 ‘기온 1.5도 상승 제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부 방침은 지구 온도를 3도 상승시키는 수준이고, 이는 미래세대의 헌법상 환경권·건강권·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국가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개 변론에서는 정부 기후 변화 대응이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되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