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재판 이번 주 시작… 최소 6주 출석해야

입력 2024-04-16 04:05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슈넥스빌에서 유세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 재판이 이번 주 시작된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기간 최소 6주가량을 재판에 출석해야 해 대선 판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법정을 유세장으로 활용해 ‘재판쇼’를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4일(현지시간) CNN은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가 15일 배심원 선정을 시작으로 트럼프 관련 형사재판 일정에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직전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를 입막음 돈으로 지급하고, 그 비용과 관련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사진)와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번 주부터 재판정에 서게 된다. AFP연합뉴스

이 사건은 트럼프가 받는 형사재판 4건 중 하나다.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실형 선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법적 리스크는 가장 낮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전 결론이 날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어서 정치적 의미는 크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등록 유권자 3분의 2는 이번 혐의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폴리티코 조사에서 무소속 유권자 3분의 1가량은 이번 재판에서 트럼프가 유죄를 받으면 대선 때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한 번에 8건의 ‘바이든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들은 내가 캠페인에 써야 할 돈과 시간을 빼앗으려 한다”며 이번 재판이 민주당이 계획한 선거 방해라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는 6~8주간 진행되는 재판에 모두 출석해야 한다. 재판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로 예상되며, 수요일을 제외하고 주중 4회 열린다. CNN은 “트럼프는 앞으로 두 달 동안 공화당 대선후보로서의 선거 유세 일정을 법정과 맞바꿀 예정”이라며 “트럼프는 그동안 법정 출석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해 왔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은 생중계되지 않지만, 트럼프는 재판 전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사건에 대한 주목도를 대선 캠페인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NBC방송은 “이번 재판은 이미 극심하게 분열된 나라에서 정치적 수사에 불을 붙일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는 자신이 정치범이라고, 검찰은 그가 지위를 이용해 정의를 조롱하는 일반 범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측은 15일 시작되는 재판 첫 주에 12명의 배심원 선정을 놓고 검찰과 기 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배심원은 유권자 명부와 기타 주 기록을 바탕으로 무작위로 선택된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시민으로,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고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면 누구나 자격이 있다.

검찰과 트럼프 측은 이들을 상대로 편향성 여부를 조사한다. 배심원 선정을 위한 사전조사 목록에는 트럼프를 위한 집회나 캠페인에 참석했는지,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를 팔로우하는지, ‘프라우드 보이’나 ‘오스 키퍼’와 같은 극우단체를 지지한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이 담겼다고 한다. 트럼프 측은 저학력 노동자 계층 남성을, 검찰은 대졸 화이트칼라와 여성을 선호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