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SNS에 수련병원 교수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리면서 의료계 내부 갈등이 또 불거졌다. 일부 교수 사이에서 “더는 전공의를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의료계는 “박 위원장 개인 의견”이라며 갈등 확산 차단에 나섰다.
1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박 위원장은 ‘1만2000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라는 제목의 한 칼럼을 인용하며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병원이다. 수련병원 교수들은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는 내용을 부분 발췌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개의 축. 그리하여’라고 적었다.
사실상 대형병원과 수련병원 교수를 전공의 착취의 사슬 ‘두 개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교수들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 게시글에 댓글을 달고 “사제지간이 아닌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 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빅5’ 병원 소속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수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전공의를 도와주고 있는데, 전공의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굳이 사직서를 내고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특히 각 의대와 병원들이 비대위를 꾸린 건 전공의가 복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는데, 이 글을 보고 서운해하는 교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의료계는 박 위원장의 글을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전의비) 2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최창민 교수는 이날 서울아산병원 비대위 교수들과 회의를 하고 이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범석 전의비 소속 교수는 “(이 글은) 박 위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고 있다”며 “전공의가 복귀하려면 결국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데 여전히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료계 분열을 의식한 듯 박 위원장의 글에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직군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며 “그런 부분들도 경청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최근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았다. 의료계 분열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두 사람은 회의 전 손을 맞잡은 사진을 공개하며 “오해와 서운했던 점을 잘 풀었다”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