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189석을 확보하자 검찰에선 “흔들림 없이 우리 일을 하면 된다”면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조계에서는 야권 압승으로 ‘검찰 개혁’, ‘야권 수사 견제’, ‘김건희 여사 수사 압박’이라는 삼각파도가 검찰을 덮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1일 대검 간부회의에서 “각자 위치에서 맡은 일 열심히 하면 된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검찰과 사사건건 충돌해온 야권이 총선에서 압승하며 검찰 조직이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당부로 풀이된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국회는 국회 일을 하면 되고, 검찰은 검찰의 일을 묵묵히 하면 된다”며 “총선 결과로 불안해하거나 술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맞닥뜨릴 22대 국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수사·기소권 분리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겠다고 총선에서 공약했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추가적인 형사소송법 개정 등이 추진될 수 있다. 범야권이 200석에 못 미쳐 대통령의 거부권은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검찰 개혁 재추진 자체만으로 검찰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검찰청이 수사는 못 하고 기소만 하는 공소청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검찰이 안게 된 숙명”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수사 지연, 범죄 대응 약화 등 문제 제기가 많다. 이는 ‘개혁 속도조절론’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검찰 중간간부는 “아직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 수사에 대한 견제도 거세질 수 있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인데 수수군으로 의심받는 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이 당선됐다. 또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검찰 재수사를 받게 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수사가 본격화하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이익 일부를 받기로 했다는 ‘428억원 약정’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도 검찰은 아직 수사 중이다.
검찰 내부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장기간 이어진 야권 수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가장 고생이 많지만, 검찰이 현 정부 내내 야당 수사에 매진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문제”라며 “정리할 부분은 빨리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 및 특검법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검찰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김 여사 조사 여부와 방식부터 최종 처분 시점 및 결과 등 전 과정에서 검찰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김 여사 조사와 처분이 늦어지면서 검찰과 정권 모두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