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내우외환 위기에 놓였다. 최대 192석을 가진 거대 야권의 등장으로 국회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데다 당 내부에선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 간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정 관계를 쇄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면서 여권 내분이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당선인들은 11일 한목소리로 당정 관계 재정립을 요구했다. 경기 성남분당갑 선거에서 승리한 안철수 당선인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제 전격적으로 국정기조를 바꿔 민생에 더 밀착된 행동을 해야 하고 당정 관계를 건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을에서 생환한 나경원 당선인도 페이스북에 “뼈를 깎는 성찰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전날 SBS라디오에서 “총선이 끝나고 나면 당이 민심을 정부와 용산에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갑 선거에서 승리해 6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당선인은 언론에 밝힌 소감에서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힘을 모아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정상적인 의회 운영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당분간 윤재옥 권한대행 체제로 움직인다. 아직 당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등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물밑에선 당권 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친윤계와 비윤계 중 어느 쪽에서 당대표가 나오는지에 따라 당정 구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기 당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까지 남은 2년 동안 큰 선거를 치를 일이 없다. 당정 관계를 새로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윤계에선 주 당선인을 비롯해 안·나 당선인 등이 당권 후보로 거론된다. 권영세(서울 용산) 김태호(경남 양산을)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당선인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권성동(강원 강릉), 친윤 핵심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당선인 등이 당권 경쟁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당권 경쟁과 당정 관계 설정이 맞물려 내부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제는 당이 대통령실에 직언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면서 당정간 긴장감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당정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더욱 폭넓게 당의 의견을 듣고 자세를 낮추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인 만큼 당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