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다시 수면위로

입력 2024-04-12 04:05

4·10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면서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하던 기업 지원·노동 개혁 분야에 대대적 손질이 예고된다. 재계는 노조 권한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 같은 쟁점 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상속세 개편 등 정부 정책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11일 “현 정부의 규제·노동 개혁 정책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각종 기업, 노동 현안에 대한 여야 시각이 정반대인 만큼 극심한 진통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175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노동·기업 분야 공약은 ‘노동시간 축소’ ‘노조 권한 강화’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주 4일(4.5일) 근무제 도입과 더불어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내세웠다. 정부가 추진하던 ‘주 최대 69시간 근로’와는 배치되는 정책 추진이다.

민주당은 근로기준법·노동관계법 등을 개정해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압류를 제한하는 입법 방침도 공약에 담았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입법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 등 야당이 노동자 보호를 강조하는 만큼 노사 갈등이 첨예한 쟁점 법안에 대한 ‘입법 강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은 사실상 입법권을 손에 쥔 상태다. 민주당과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12석) 의석수를 더하면 총 187석으로, 다른 당 협조 없이도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특히 재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거론한 ‘횡재세’ 입법 논란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가 내세운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공약의 재원 마련을 위해 정유업계와 금융권 수익에 초과 세금을 물리는 식의 법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포퓰리즘 흐름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던 상속세 개편·법인세 인하 등의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현행 최대 60%인 상속세를 개편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정부 움직임에 야당은 ‘부자감세’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지원책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도 관심사다. 반도체 육성에 대해선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시설 투자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국민의힘)과 투자세액공제 일몰기한 연장(민주당) 등의 각론에선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또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늘리고, 한국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하는 등 기후 입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