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판사마다 다른 정치인 구속

입력 2024-04-12 04:10

‘재판이 곧 정치’라는 글을 쓴 현직 판사가 있었다.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대법원장에 지명된 직후인 2017년 8월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 게시판에 ‘재판과 정치, 법관의 독립’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오 판사는 “판사들도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판사는 자신의 글이 물의를 빚자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에 출석해 “국민에게 심려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판사는 또 있었다. 지난해 8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검찰 구형량(벌금 5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야당 지지로 해석되는 글을 여러 차례 게재했다. 사법 불신이 확산될까 우려한 대법원은 그에게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조국혁신당의 돌풍 배후에 법원이 있다. 이 당의 대표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녀입시비리 등 혐의로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이 자유의 몸이 아니었다면 22대 총선에서 자신을 포함한 12명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냈을지 의문이다. 반면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나무당을 창당해 옥중 출마를 선언했으나 법원으로부터 보석을 얻어내지 못했다. 유권자들을 만나지 못한 송 대표는 17.4%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된 재판을 하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을 따라야 한다. 양형기준은 법관마다 형량이 들쭉날쭉하는 ‘고무줄 선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인신구속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기준이 없다. 유무죄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피고인을 풀어주지 않아도, 실형선고를 하면서도 법정 구속하지 않아도 판사의 재량이다. 이제는 인신구속도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