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은 향후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원톱’으로 나선 선거에서 참패한 만큼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위원장은 10일 출구조사 방송 중인 오후 6시10분쯤 마이크를 든 채 쉰 목소리로 “국민의힘은 민심의 뜻을 따르기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끝까지 국민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뒤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정치 무대에 데뷔한 뒤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번 선거를 총지휘했지만 ‘여소여대’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결국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개헌 저지선은 확보하게 해주세요 하고 무릎 꿇어야 하는데 골든크로스를 언급하며 끓는 물에 우리 스스로 찬물을 부어버렸다”며 “한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한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또다시 비대위 체제로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이 사퇴하면 원내대표가 권한을 대행한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지도부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는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고 개인 자격으로 후보 지원에 나선 유승민 전 의원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현재 상대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 후보(경기 성남분당갑)나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가 생환할 경우 유력한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고 조기 전당대회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한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고 조기 전당대회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구자창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