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지고 독해진 巨野 의회 권력… 개헌선 턱밑까지 위협

입력 2024-04-11 04:07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운데) 대표와 이해찬(오른쪽)·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4·10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확인한 뒤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범야권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윤웅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21대 국회에 이어 다시 4년간 입법권을 장악하게 됐다. 윤석열정부로선 남은 임기 약 3년 동안 야권의 도움 없이 국정과제나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상황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당내에서 예측했던 것보다 많은 의석을 주신 것 같다”며 “정권심판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매우 강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정권심판을 위해 야권의 열혈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한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부터 세 차례 연속 제1당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의석을 점하면서 입법부 장악력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범야권을 아우르며 국회 상임위원회를 장악해 각종 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과반을 달성한 민주당은 국회의장 임명권과 국무총리, 헌법재판관,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얻게 된다. 국회의장에게는 의사일정 결정과 안건 직권상정 등의 권한이 부여되므로 야권이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기가 수월해진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인 민주당의 몫이다.

180~200석이면 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권한과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권한을 얻는다. 21대 국회에서 각종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웠던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의석을 앞세워 주어진 권한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야권의 법안 단독 처리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면서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고 재의결에 실패해 최종 폐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정권심판을 등에 업고 여당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의석을 확보한 만큼 조국혁신당 등과 힘을 합쳐 대통령과 대통령 일가를 정조준한 각종 특검법을 단독 처리하는 강경 모드로 나올 공산이 크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혔던 ‘쌍특검법’(50억 클럽 특검 및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의 경우 민주당은 대통령 처가의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까지 포함한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21대 국회에서 이미 발의된 ‘이태원참사 특별법’과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이종섭 특검법’도 22대 국회에서 이어질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개원 즉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의혹 진상을 규명할 ‘한동훈 특검법’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내내 여소야대를 겪는 첫 정권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보다 22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더 길어서 당정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의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영향력은 작아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레임덕이 조기에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