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온갖 총선 공약을 한정된 재원 속에서 소화하기 위해 기재부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 부총리 발언을 떠나 선거가 끝난 만큼 재원과 실현가능성을 냉철히 점검해 공약의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에 닥친 숙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찰한 뒤 제로베이스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각 정당들이 쏟아낸 공약은 묻지마 퍼주기의 향연 그 자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 결과 지역구 후보를 낸 6개 당의 개발공약은 총 2239건이며 소요 예산은 최소 554조원이었다. 이것도 재원을 밝힌 357건(16%)에 한해서다. 나머지 1882건을 포함하면 액수를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올해도 세수 펑크가 유력해 국가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조여야 할 판이다. 아무리 표가 급하지만 민생을 살피겠다는 정당들이 이토록 무책임해도 되는가.
문제는 퍼주기 공약을 적극 만류해야 할 대통령실과 정부마저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내세운 정책은 후속 과제만 250개에 달하는 등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야당은 여기에 드는 재원만 1000조원 수준이라 하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건전 재정을 기치로 든 정부가 돈풀기에 혈안이 된 것은 정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 환경이 퍼주기 공약에 반응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중동 불안으로 유가가 치솟는 등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 선거 후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 중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도 저축은행 등의 연체가 심각해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 현안에 대응하기에도 벅찬 상태다. 여당이 선거에 패한 만큼 법 통과가 필요하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부발 선심 정책부터 대폭 조정해야 한다. 대신 한국 경제의 취약점인 ‘저출생 고령화’ 대책이나 4차 산업혁명의 선점에 필요한 반도체 지원의 경우 국가 미래가 달렸기에 총력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야정이 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부터 22대 국회를 시작해야 한다. 경제의 도약과 지속가능성이냐 퍼주기 공약 고수냐라는 선택지에서 국민이 선택할 답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