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하 연구기관이 신종 액상 담배의 출현에 대응해 과세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총선 이후 액상 담배의 원료인 합성 니코틴을 둘러싼 ‘담배 과세’ 논란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배 시장 변화에 따른 담배 과세체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예정처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 등 신종 담배 과세 문제가 다시 국회에서 논의될 때를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용역은 약 4개월 수행 기간을 거쳐 하반기 마무리된다.
화학물질로 제조한 합성 니코틴은 연초의 잎,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과 함께 액상 전자담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다만 담배로서 규제받는 쪽은 천연 니코틴이다. 연초 잎은 담배사업법상 담배 원료로 인정돼 개별소비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 온라인 판매 금지 등 규제를 적용받는다.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도 2021년부터는 부담금 등의 부분적 규제를 적용받는 상태다. 반면 아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합성 니코틴 액상 담배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재정소위는 담배 원료 범위를 합성 니코틴까지 확대하는 취지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2월까지 수차례 논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합성 니코틴의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한 탓이다. 법 개정이 자칫 합성 니코틴의 유통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 담배가 국내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 수입된 전자담배용 합성 니코틴 용액은 119t으로 2020년(56t)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이렇게 들어온 합성 니코틴은 규제 사각지대의 이점을 한껏 누린다. 세금이나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온라인 판매 금지 등에서도 자유롭다.
관련 논의가 재개될 경우 기재부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요인은 세수다. 예정처는 합성 니코틴에도 개별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등을 동일하게 매길 경우 올해부터 5년간 1012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제 과세는 완제품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만큼 실질적인 세수 증가분은 이보다 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합성 니코틴 과세가 향후 일반 궐련 담배와 액상 담배의 가격까지 덩달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기재부는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왔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