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사가 사내 협력사(하청업체) 사무실에 안면 인식기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협력사 측은 울산조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출입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노조는 근로자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0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협력사들은 이달 초부터 사무실, 탈의실 등 수십 곳에 안면 인식기를 달았다. 반대로 노조는 안면 인식기를 발견하는 족족 철거하고 있다. 지난 8일 특수선사업부 협력사 사무실에선 안면 인식기 설치 현장을 목격한 노조원들이 이를 막는 일도 있었다. 노조는 22곳에 설치된 안면 인식기를 모두 떼어냈다.
HD현대중공업은 근태 관리를 위해 협력사 요청에 따라 안면 인식기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사고 예방과 보안 강화 목적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 출입 시스템(안면 인식기)은 협력사들이 근로자의 안전 확보와 효율적인 자체 출퇴근 관리를 위해 설치를 요청해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근로자 자율 의사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중소형 조선소에서도 안면 인식기를 사용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 입장은 다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안면 인식기 설치 목적은 근로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공격적·도발적 수단”이라며 “발견 즉시 철거해 현장의 불법적인 통제 수단을 모두 제거하겠다”고 맞섰다. 현재는 협력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면 인식기를 설치하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언제든지 정규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청 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인원수 확인은 출근 정문 확인, 식사카드 확인, 작업 전 일일 작업지시서 작성 등으로 충분하다”면서 “안면 인식기 설치는 근로자 감시와 통제를 위한 기만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청 노조는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문제를 신고했다. 회사 측은 노조 반발에도 안면 인식기 설치를 계속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협력사 근로자 수는 약 1만8000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처우 개선을 놓고도 하청 노조와 대립 중이다. 하청 노조는 기본급 30% 인상, 정규직과 같은 성과급·휴가 기준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8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