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군경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 사건으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횡령 혐의를 받는 호르헤 글라스 전 부통령 체포를 위해 에콰도르 대원들이 대사관에 진입했을 때 멕시코 외교관에게 총구를 겨눴던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 백악관도 에콰도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우리는 비열하고 권위주의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 영상은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분량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에콰도르 군경은 지난 5일 밤 수도 키토 주재 멕시코 대사관을 급습해 글라스 전 부통령을 연행했다. 글라스 전 부통령은 재임 때인 2016년 지진 복구 비용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수사받게 되자 지난해 12월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하며 망명을 신청했다.
CCTV 영상을 보면 소총과 방패로 무장한 대원들이 대사관 문을 부수고 진입했다. 이에 항의하는 로베르토 칸세코 대리대사에게 총구를 겨누며 접근했고, 대원 중 한 명은 그의 목과 어깨를 감싸 제압한 뒤 바닥으로 내던졌다.
멕시코는 에콰도르와의 국교를 단절했고, 중남미 국가들도 일제히 에콰도르 정부를 규탄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을 지목하며 “에콰도르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당초 원론적 입장만 밝혔던 미국 정부도 CCTV 영상이 공개되자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에콰도르의 행동이 잘못됐다. 빈 조약 위반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