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향후 4년간 입법부를 이끌 300명의 선량을 뽑는 제22대 총선일이다. 국회는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을 만들고, 수백조원의 예산안을 의결하며 행정부를 견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유권자들이 뽑을 의원이 어떤 소신과 비전을 가졌는지에 따라 우리의 현재는 물론,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유권자들은 4년 만에 다가온 이런 중차대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사전투표 등을 통해 아직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3034만명의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쌓여 오늘 새로운 대한민국을 빚어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선 집권한 지 만 2년이 되는 윤석열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론과 사법리스크와 의회 독주로 비판받아온 야당 심판론이 맞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저희의 부족함 때문에 200석을 얻겠다고 큰소리치는 야당을 막기 벅차다”며 거대 야당을 견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대선 때보다 더 절박한 상황으로 정권 실패를 심판해 달라”고 강조했다. 어느 쪽 호소가 더 먹힐지는 두고봐야겠으나, 분명한 건 선거가 끝나면 여권은 독선적 국정운영에서 벗어나고, 야당은 숫자로만 밀어붙이는 입법 횡포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그렇기에 유권자들은 한편으로는 채찍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의 계기가 될 신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여야 심판론 못지않게 이번 총선은 후보 자질 문제로도 시끄러웠다. 막말이나 여성 비하를 일삼은 이들이 여전히 후보로 뛰고 있고, 부당하게 재산을 불리거나 편법 증여한 이들과 전관예우로 축재한 의혹, 말과 행동이 달랐던 위선적 행태를 보인 후보들도 많다. 하지만 각 당은 총선일까지 버티면 되겠거니 하며 국민들의 공천 철회 요구를 무시했다. 유권자들은 오늘 투표를 통해 정당들의 오만함을 심판하고, 부적격 후보자들을 직접 걸러내야 한다.
엉터리 후보 심판과 함께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 후보가 누구인지도 찾아내 적극 밀어주는 일도 유권자들의 의무다. 네거티브를 잘한 후보가 아니라 우리 삶과 미래를 걱정한 후보, 공약(空約)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약속을 한 후보, 편가르기가 아니라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후보, 당선돼서도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민생을 더 챙길 후보에게 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 후회하면 아무 소용없다. 오늘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과 투표 참여가 우리 정치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