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처음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민주화’를 기치로 도입된 회의체에 직접 참석해 재판 지연 해소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8일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인사말을 통해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재판받는 국민 고충을 헤아려 사건 처리에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각급 법원을 방문해 솔직한 의견을 들었고, 법관대표회의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도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관대표회의도 대법원과 별개로 산하 재판 제도 관련 분과위원회에서 “재판 지연 원인과 대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지연 관련 사법행정 담당자와 일선 법관들이 진단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취지다.
법관대표회의는 전국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회의체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권한을 견제하자는 취지로 2018년 상설화됐다. 법원장후보추천제, 사법행정자문회의와 함께 김 전 대법원장의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김 전 대법원장의 다른 정책들과 달리 법관대표회의는 ‘조희대 대법원’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회의에서 상설 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이대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안으로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제시됐다.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고 위원 전원(9명) 임명권을 갖고 있어 ‘대법원장 거수기’라는 지적이 나왔던 자문회의와 달리 자문위는 대법원장이 위촉하는 각계각층 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된다. 비상설 기구로 대법원장이 안건으로 올린 각종 사법 정책과 제도 개선방안 등을 1년 이내 범위에서 논의한다.
법관대표회의는 이와 관련해서도 대법원과 별개로 산하 분과위에서 자문회의를 대체할 새 자문기구 마련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법관대표회의 신임 의장과 부의장에는 각각 김예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와 이호철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