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표적] <56>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입력 2024-04-09 03:07
틴토레토(자코 로부스티) 作 /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 1560년

벳새다 들판의 무리를 배불리 먹이신 후
제자들을 배에 태워 바다 건너편으로 보내시고
예수님은 혼자 산에 올라가시네
메시아 사역을 위해 밤새 기도하시네

가버나움으로 가던 제자들의 배는
갈릴리 바다 한가운데서 폭풍을 만나
거센 파도에 배는 심하게 요동치고
밤새 노를 저어도 제자리에서 꿈쩍하지 않네

앗, 유령이다! 유령이 나타났다!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녘에 어떤 물체가
물 위를 걸어오자 제자들이 무서워 소리치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이 말씀하시네

베드로가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로 가다가
거센 바람이 무서워 그만 바닷물에 빠지네
예수님이 그를 붙들고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치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느냐 하며 나무라네

◇예수님이 갈릴리 바다 위를 걸으신 표적으로, 벳새다 들판의 오병이어 사건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마 14:22~33; 막 6:45~52; 요 6:16~21) 무리를 돌려보낸 예수님은 제자들을 갈릴리 바다 저편의 가버나움으로 먼저 보내시고는 홀로 산에 올라가 밤새 기도하신다. 그런 후 4경(四更·새벽 3시~아침 6시)쯤 아직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녘에 제자들에게로 가신다. 이때 제자들은 바다 한가운데서 거센 풍랑을 만나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갈릴리 바다는 지형 특성상 돌풍이 잦다. 마침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본 제자들은 처음에는 유령인 줄 알았다. 이후 베드로는 물 위로 걸어 예수님께 다가가다가 믿음 부족으로 물속에 빠져 예수님에 의해 구출되는 일까지 있었다. 결국 예수님이 배 위로 오르자 거짓말처럼 풍랑이 뚝 그친다.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물도 순종했고 바람도 굴복한 것이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