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찰 강화’ 경찰 개편, 숫자론 성공 vs 내실은 아직

입력 2024-04-09 04:05 수정 2024-04-09 15:40

경찰 기동순찰대(기순대)와 형사기동대(형기대)가 이상 동기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출범한 이후 112신고 건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12신고 건수는 1년 전보다 8만건가량 줄었는데, 경찰은 기순대와 형기대 활동으로 선제적 범죄 대응이 이뤄진 영향이라고 해석한다. 두 조직은 9일로 출범 50일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신고건수 감소도 의미는 있지만 향후 실질적인 사건 처리 여부를 기준으로 기순대와 형기대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8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경찰청 가운데 112신고가 많은 상위 2곳인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신고건수가 전년 대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경기남부청의 지난달 신고건수는 27만4286건으로 지난해 3월(35만3565건)과 비교해 22.4%가량 감소했다. 서울청도 같은 기간 신고건수가 36만8942건에서 30만7065건으로 16.7% 줄었다. 112신고가 많은 상위 5개 시·도청(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부산)의 최근 5년간 3월 신고 현황에서도 5곳 모두 올해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경찰은 112신고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기순대와 형기대의 순찰 활동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현재 기순대는 전국 28개대 2668명, 형기대는 43권역 1335명이 배치돼 있다. 지난 2월 경찰 조직개편 당시 대규모 인력을 순찰 활동에 투입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효과적인지를 두고 내부 논쟁이 격렬했다. 일단 통계상으로는 조직개편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경찰의 해석이다.

전문가들도 10~20%대 감소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기남부청과 서울청의 감소 추이는 주목해볼 만하다”며 “조직개편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숫자상으로 10%대 이상 변화가 있었다면 큰 업무상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강남권역의 한 지구대장은 “기순대는 주로 강남역 인근으로만 배치되고 있다”며 “강남에서 외진 곳에 있는 우리 지구대의 경우 하루 평균 90건씩 112신고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인근 족발집 직원 조모(31)씨는 “순찰이 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봄과 여름엔 손님이 많아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순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이용우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장은 “7~8명의 경찰이 특정 구역에 가서 샅샅이 살피니 상인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양모(62)씨는 “불법주차가 골칫거리였는데 싹 정리해주고 간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전문가들은 두 조직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성과 기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직개편의 효과를 증명하려면 112신고 건수뿐 아니라 조직개편 이전과 비교해 선제대응한 사건이 몇 건 늘었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