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입시요강 확정 전까지 의대 정원 증원 변경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입장을 8일 밝혔다. 전공의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던 의료계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단일안을 내놓겠다고 하자 정부도 재차 대화 의지를 밝히며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철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의 증원 규모 축소나 철회 요구에 대해 “학교별 배정을 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되돌리기에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인 건 틀림없다”면서도 “모집 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별 의대 증원 인원 배정은 이미 발표됐다. 남은 절차는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수시모집요강’ 발표인데 다음 달 말 최종 결정된다. 모집요강 확정 전까지 의료계와 조정 논의를 할 순 있지만 그러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다만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자는 의료계 요구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차관은 증원 1년 유예 방안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고 하면 정부가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내부 검토는 하겠지만 현재로서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의협은 “증원을 1년 미뤄서 규모에 대해 정확하게 검토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결론이 난다면 그걸 서로 따라가자”고 제안했다.
박 차관의 발언을 두고 정부가 ‘1년 유예를 검토한다’는 해석이 나오자 정부와 대통령실은 긴급 진화에 나섰다. 박 차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1년 유예에 대해선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1년 유예 방안을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계가 특별한 근거 없이 증원을 미루자고 하는 것은 결국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유나 이경원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