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기업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와 일반 직군 사이의 인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석박사 출신이거나 경력이 긴 개발자나 엔지니어는 너도나도 모셔가려고 하지만, 비주력 사업에선 인력 감축이 진행 중이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크 기업의 AI 전문가 확보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수장들이 경쟁사와 신경전을 벌이며 직접 인재 영입에 나서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 소속의 머신러닝 전문가 에단 나이트가 ‘xAI’로 옮겼다고 최근 밝혔다. xAI는 머스크가 만든 AI 스타트업이다. 머스크는 “나이트는 원래 오픈AI에 합류하려 했었다. 오픈AI는 테슬라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위해 막대한 보상책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직원의 이직을 막기 위해 직접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구글 딥마인드의 AI 연구원들에게 개인 이메일을 보내 영입을 시도했다고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보도했다.
최근 구글은 로건 킬패트릭 오픈AI 개발협력이사를 영입했다. 킬패트릭은 SNS에 “AI 스튜디오(구글클라우드 AI 플랫폼)를 이끌고, 제미나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지원하기 위해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썼다.
AI 개발팀 전체를 스카우트하는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립자인 무스타파 슐레이만을 AI 사업 책임자로 영입했다. MS는 슐레이만이 일하던 스타트업 ‘인플렉션’ 소속 직원 70여명도 함께 고용했다.
국내 IT 업계도 AI 인재 영입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으려면 석박사급 인력이 필요한데, 한국은 개발자의 풀(pool) 자체가 작다”며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AI 개발자, 엔지니어를 채용 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네이버클라우드가 SK텔레콤에 AI 핵심 인력을 빼앗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는 ‘헤프닝’도 있었다. 당시 네이버 AI 클로바 사업을 총괄하던 네이버클라우드 최고전략책임자(CSO)가 SK텔레콤 미국 법인 대표로 이직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AI 분야가 아닌 부문에서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 1월 픽셀폰 등 하드웨어 부서 직원들을 포함해 수백여명을 해고했다. 같은 달 MS는 게임 사업 부서에서 인력 1900여명을 감축했다. IBM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직원들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최근 애플은 애플카 사업 중단 여파로 직원 60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글로벌 IT 업계 감원을 집계하는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IT 기업 237곳에서 총 5만8499명이 해고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