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 올라타자’ 개미 다시 빚투… 단타도 활개

입력 2024-04-09 04:04
게티이미지뱅크

투자자가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최근 한 달에만 1조원 넘게 늘었다. 국내 증시가 연초 부진한 흐름을 딛고 반도체와 바이오 섹터를 중심으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나만 상승장을 놓칠 수 있다’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19조5280억원으로 지난해 9월(19조7028억원)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 돈을 빌려 사들인 주식 규모를 뜻한다. 시장별로는 코스피가 10조4318억원, 코스닥이 9조96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투자자가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비율인 신용잔고비율 상위 종목에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로 변동성이 높은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대출을 갚아야 해 짧은 기간 높은 차익을 실현하고 팔고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날 기준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텔레칩스’가 신용잔고율 9.22%로 가장 높았다. 이 기업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10주 가운데 0.9주는 증권사 돈을 빌려 산 주식이라는 뜻이다.

이어 바이오 기업 HLB바이오스텝(9.19%)과 친환경 자동차 부품기업 코리아에프티(9.10%)가 뒤를 이었다. 이날 기준 신용잔고율 상위 5개 종목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6.9%로 집계됐다.

주식을 아직 사지 않았지만 증권사 계좌에 남아있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늘고 있다. 이달 투자자 예탁금은 57조6476억원으로 지난 1월(50조7434억원)보다 7조원 가까이 늘었다. 또 다른 증시 대기성 자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5일 기준 81조원 수준으로 올해 들어 약 6조2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빚을 내거나 증권사 계좌에 자금을 옮겨놓는 것은 그만큼 투자 심리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는 올해 1월 바닥을 찍고 반도체 업황 개선과 바이오 기술 수출, 정부의 밸류업 지원 기대 등으로 상승세다. 특히 주가가 움직이지 않아 ‘요지부동’ 종목으로 여겨졌던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8만6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썼다. 삼성전자가 장중 8만6000원에 도달한 것은 2021년 4월 7일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 상승 이유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투자가 꼽힌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15조83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사들인 규모(10조5010억원)보다 5조원 이상 많다. 또 금감원이 1998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규모다. 직전 최대치는 2009년 3분기 기록한 14조7980억원이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소식이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 비중을 높인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대형주에 유리한 장세”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