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일간 1만6000㎞… 아프리카, 두 다리로 종단

입력 2024-04-09 04:03
아프리카 종단 달리기에 도전한 영국인 러스 쿡이 7일(현지시간) 목표 지점인 튀니지 최북단 라스 안젤라 해안가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종단 달리기에 도전한 영국 마라톤 선수 러스 쿡(27)이 352일 만인 7일(현지시간) 완주에 성공했다. 아프리카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달리기로 종단한 이는 인류 역사상 쿡이 처음이다. 16개국을 거치며 1만6000㎞ 이상을 달렸다. 마라톤 코스(42.195㎞)를 연달아 376번 달린 셈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쿡은 지난해 4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남단 케이프 아굴라스에서 출발해 이날 목표 지점인 튀니지 최북단 라스 안젤라 해안가에 도달했다. 그는 노숙인과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선기금을 모으기 위해 ‘프로젝트 아프리카’로 명명한 이번 도전을 시작했다.

도전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쿡은 아프리카 서부 16개국을 지나며 열대우림과 사하라 사막, 여러 분쟁 지역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여러 번 만났다. 앙골라에서는 총을 든 강도에게 금품과 여권을 빼앗겼고, 민주콩고에선 마체테(정글 칼)를 든 남성에게 붙잡혔다가 풀려났다. 알제리에선 비자 문제로 추방돼 허무하게 도전을 종료할 뻔했다. 하지만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호소 영상이 1100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화제를 모으자 알제리 당국이 특별히 예외를 적용했다. 나이지리아에선 허리 통증이 심해져 달리기를 잠시 중단해야 했다.

쿡은 이번 달리기로 세계 곳곳에서 60만 파운드(10억2600만원) 이상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이 돈은 노숙 청소년을 돕는 단체 ‘러닝채리티’와 난민이 된 서사하라 원주민을 위한 기구 ‘샌드블라스트’에 전달될 예정이다.

쿡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영광”이라며 “방문한 모든 나라에서 사랑과 친절로 우리를 환영해준 놀라운 사람들을 만났다. 인간의 정신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완주 소감을 밝혔다.

별명이 ‘최고 괴짜’인 쿡은 이전에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런던까지 달리는 등 이색 도전을 해 왔다. 여러 자선단체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해 쿡의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