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박단 의미 있는 만남”… 총선 뒤 의료계 창구 단일화 전망

입력 2024-04-08 04:04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휠체어에 앉은 환자와 보호자가 창밖에 핀 벚꽃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화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의협은 총선 뒤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 전체 단일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협의 대표성을 두고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상황에서 단일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근 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은 7일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대화에 대해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한다”고 공식 반응을 내놨다. 회의에는 박 위원장과 김창수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참석했고,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도 온라인으로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만남 내용을 짧게 공유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의대생이 복귀하려면) 2000명 증원과 관련해 교육부의 프로세스부터 중단해야 한다”며 의대 증원 규모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와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생 등 목소리를 따로 내고 있던 조직들이 총선 이후 합동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며 “가장 중심에 있는 단체가 의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총선 이후 본격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도 협상파들이 주도권을 잡고 실리를 찾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향후 후속 대책과 논의를 주도할 주체를 놓고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4일 의료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만남에 응한 박 위원장을 향해 비판이 나오자 교수들이 나서서 의·정 갈등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지난 5일 20개 의대 비대위로 구성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긴급총회를 열고 대통령 만남 이후 방안을 논의했다. 전의비는 성명을 통해 “이제부터라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정부의 의료개혁안에 대해 의제 제한 없이 의료계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비대위 자문위원은 전의비와 전의교협으로 나눠진 교수단체를 합쳐 이를 중심으로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자신의 SNS에 “우리 집 아들이 일진에게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다”며 “어미 아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를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는 ‘아들’, 윤 대통령은 ‘일진,’ 교수는 ‘어미 아비’에 빗대 ‘맞고 왔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2020년에도 전공의가 교수 중재 시도에 부정적이었던 탓에 교수들이 중재에 나서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전공의 스스로 책임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용진 서울대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집단행동을 하는 당사자들이 요구 사항을 내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정작 전공의들은 증원 규모 ‘0명’만을 고집하면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전공의들이 대안을 내고 협상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유나 박선영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