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마트들이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며 롯데카드 가맹 해지에 나섰다. 이들은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롯데카드가 첫 번째 타깃이 됐을 뿐 카드사들이 대기업 계열 가맹점보다 일반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금융 당국에도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7일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푸르내마트·대하마트 등 중소마트들은 이달 1일부터 롯데카드 가맹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앞서 롯데카드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국마트협회가 밝힌 롯데카드의 일반 가맹점(연매출 30억원 이상인 중소마트·슈퍼마켓) 수수료율은 2.13%다. BC카드(2.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다만 BC카드는 체크카드 비중이 높아 롯데카드의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이 가장 높다는 게 한국마트협회 측 설명이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수수료율 0.01%는 엄청난 차이”라며 “카드 결제 비율이 95%를 넘어선 데다 물가가 오르며 1000원의 5%보다 1만원의 2%가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 부담이 임대료 부담보다 큰 상황이라 물가가 오르면 수수료율도 낮추는 게 맞다”며 “롯데카드 다음 타깃은 (다음으로 수수료율이 높은) 하나카드, 우리카드”라고 말했다.
중소마트에서 원하는 수수료율은 대기업 계열 가맹점 수준이다. 이들은 1%대 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 제도에서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일반 가맹점은 카드사와 개별 협상으로 수수료율을 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갑’의 지위에 있는 대기업 계열 가맹점과 달리 개별 사업자인 중소마트는 카드사가 정한 수수료율을 따르고 있다. 이들이 협상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카드사들은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 전체 가맹점의 95% 수준이 영세·중소 가맹점이다. 이들에게는 0.5~1.5%의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사실상 나머지 5%인 연 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에서 70% 이상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중소마트의 수수료율마저 인하하면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사의 수수료율은 금융 당국이 정한 적격비용 산식과 원가 등을 고려해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롯데카드가 수수료율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협의가 필요하다면 내부 검토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롯데카드도 검토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년 전 신한카드도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2.02%에서 2.28%로 0.2% 넘게 올리려다 중소마트들의 거부로 실패했다. 한국마트협회는 당시 신한카드에 두 달가량 보이콧을 진행했다.
금융 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카드 수수료율의 근거인 ‘적격비용’을 금융위원회에서 정하고 있어 결국 카드사의 결정도 금융위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2022년 금융위원회가 꾸린 태스크포스(TF)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마트협회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맹점 협상권 보장 등의 실효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