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산 등록차 10대 중 6대는 SUV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신차 수요가 급감했지만 실용적인 SUV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UV는 그동안 실용성과 안전성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엔 승차감까지 세단을 넘보면서 신차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7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등록된 SUV는 20만5663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만9396대에 비해 8.6% 증가했다. 지난해 82만4000대로 역대 최다 판매를 달성한 SUV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레저용 차량(RV)도 3만7050대로 전년 같은 기간 3만4857대보다 6.3% 늘었다.
올해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 중인 가운데에서도 상승세다. 올해 1분기 신차 등록된 승용차는 34만89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만2842대에 비해 8.8% 감소했다. 최근 5년 내로 보면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SUV는 1분기 전체 신차등록 대수 비중의 58.9%를 차지했다. SUV 돌풍에 비해 세단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단은 9만1985대로 무려 33.8% 감소했다. 과거 인기를 누렸던 해치백 차량도 7942대로 38.1%나 줄었다. 쿠페와 컨버터블은 각각 58.3%, 50.3% 증가했으나 판매량이 1000여대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 국산 신차등록 상위 10개 차량 중 6대는 SUV였다. RV를 포함하면 무려 8대다. 기아 쏘렌토가 2만8811대 1위를 차지했다. 쏘렌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9.5% 판매량이 증가했다. 2위는 200% 가까이 판매량 오른 현대차의 싼타페(2만5374대)다. 3위는 RV인 기아 카니발이었다. 10위권으로 확대하면 현대차 그랜저와 아반떼를 제외하곤 모두 SUV·RV였다.
SUV는 넓은 실내 공간이 주는 실용성과 높은 차체로 인한 안전성 등을 갖춘 모델로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에는 승차감까지 세단을 따라잡으며 대세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SUV의 단점은 승차감과 소음 등이었는데, 최근 모델들은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온 것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줬다. 쏘렌토와 싼타페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의 각각 73.3%, 68.5%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현대 투싼, 기아 카니발 모두 지난해 말 부분변경 모델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했다.
앞으로도 SUV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저 활동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차 선호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중고차 엔카닷컴이 올해 1월 소비자 2090명을 대상으로 구매하고 싶은 차종을 물었는데, SUV와 RV를 희망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47.1%를 차지했다. 완성차 업계에선 시장 수요에 대응해 다양한 SUV·RV 모델을 내놓고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