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LNG·CCS… 새 먹거리 잡아라”… 조선업계, 에너지 사업자 변신 시도

입력 2024-04-08 04:05
현대미포조선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조감도.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조선업계가 에너지 사업자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황기에 대비해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 역량을 활용할 여지가 많은 풍력발전, 수소·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탄소 포집·저장(CCS) 등을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에너지의 생산, 수송, 활용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권혁웅 한화오션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선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이날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터빈, 발전소, 에너지, 전력 판매 등 사업을 추가했다. HD현대도 지난달 29일 주총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중개·매매·공급업·발전업·설비 임대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고, 같은 날 삼성중공업도 선박용 천연가스 사업 추진을 알렸다.

특히 해상풍력 분야는 조선업과 기술적 연관성이 높다. 조선사들이 풍력발전기 설치선 생산뿐 아니라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대형 부유식 설비, 해상 변전소 등 설계·조달·시공(EPC)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다. 한화오션은 지난 3일 ㈜한화 건설 부문 풍력발전 사업과 ㈜한화 글로벌 부문 플랜트 사업을 각각 1881억원, 2144억원에 넘겨받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조선사들은 2008년을 전후로 선박 프로펠러 기술과의 연계성,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주목해 해상풍력 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철수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본격화하자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국내 조선사는 LNG, 수소, 암모니아 등 에너지 수송 관련 다양한 실증 설비를 보유 중이다. 국내외 CCS 프로젝트에서는 해상 플랫폼의 설계, 이산화탄소 주입 시스템 개발 등 역할을 맡는다. 해외 조선사의 에너지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일본 조선사 가와사키중공업은 호주에서 갈탄으로 생산한 수소를 일본으로 들여오는 수소에너지공급망 프로젝트에 참여해 조선 건조뿐 아니라 갈탄 가스화, 가스 정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사들이 탈탄소 경제 흐름 전반에 관여하려는 전략이라고 본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그린수소를 선박으로 옮기고, 이를 발전·수송용으로 사용하는 등 생태계가 형성된다”며 “한화·HD현대는 조선사를 필두로 에너지 밸류체인 전체를 완성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