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옥합을 깨뜨린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다니에 있는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고 계셨을 때 한 여자가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붓습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여인을 비난하고 질책하지만 예수님께선 오히려 이 여인이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하십니다.(6절) 이 장면은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헌신, 즉 십자가(구원의 은혜) 앞에서의 헌신이 무엇인지 가르쳐줍니다. 우리 구원받은 성도들에게 있어 십자가 앞에서의 헌신은 진정한 믿음의 출발선입니다. 모든 믿음의 출발선이 되는 십자가 앞에서의 헌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첫째는 가치를 따르는 모습입니다. 진정한 헌신은 세속적인 계산을 초월합니다. 여인은 인간적인 계산 하나 없이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붓습니다. 그 순간 여인에게는 그 비싼 옥합과 향유보다 예수님이 더 소중한 인생 최고의 가치가 됐습니다. 세상에서 최고로 가치 있는 것은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최고 가치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자연히 세상적인 계산을 초월하게 됩니다. 가치를 따르는 행동은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것이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허락된 은혜요, 그 주어진 것들을 최고 가치를 위해 선용하는 믿음의 표현이 돼야 합니다.
이는 마치 모리아산에서 보여준 아브라함의 순종과 같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려는 순간부터 이삭은 아브리함이 하나님께 보여드리는 경외함을 표현하는 가치를 나타냈습니다. 여기에 여호와 이레의 은혜를 보게 된 것처럼 옥합을 깨뜨리는 이 여인에게서 예수님의 가치는 자신들을 비난하는 자들의 생각처럼 가난한 자들의 구제보다 더 큰 가치입니다. 이러한 헌신이야말로 성도들의 마땅한 바입니다.
둘째는 때를 놓치지 않는 모습입니다. 참된 헌신이 빛나는 순간은 가장 적합한 때(timing)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헌신은 미루는 것이 아니라 감동이 생기는 즉시 행하는 것입니다. 마가는 이 여인의 사건 직후 주님의 십자가 사건을 등장시킵니다. 이렇게 순서를 둠으로써 이 여인의 헌신은 이 땅에 계실 때의 주님을 위한 마지막 헌신 기회로 교훈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의 곁에 있는 모든 자는 예수님의 수난을 앞둔 시점을 눈치채고 있지 못하며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날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미 예수님께선 세 번이나 자신의 십자가 사건을 언급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여인은 유일하게 주님의 공생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최선의 헌신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사실 이 여인도 주님의 마지막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여인의 마음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주님께 자신의 사랑과 헌신을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감동이 생겼고 즉시 행동으로 이어져 이 같은 순간을 맞은 것입니다. 우리 역시 언제나 우리의 헌신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헌신의 기회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됩니다. 참된 최고의 헌신을 보일 절묘한 순간은 감동이 주어지는 때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헌신의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믿음의 사람은 그 믿는 믿음이 견인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요, 예수님께서 그 삶의 최고의 자리에 계신 사람입니다. 주님의 부르심 앞에 참된 헌신을 통해 복음과 함께 기억되는 헌신자가 된다는 것은 너무도 큰 축복의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최고의 가치이자 헌신으로 여기고, 때를 놓치지 않는 복 있는 인생들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이상택 목사(삼척 참좋은교회)
◇이상택 목사는 부산에서 목회하며 다양한 연합활동을 했으며, 지난해 11월 강원도 삼척 참좋은교회에 부임했습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북한선교위원회(북선위) 통일선교훈련원 원장, 한국교회통일선교교단협의회(한통협) 사무총장을 맡는 등 북한선교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