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새형(신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전날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는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1차 정점고도 101.1㎞, 2차 정점고도 72.3㎞를 찍으며 비행해 사거리 1000㎞ 계선의 조선 동해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시속 6120㎞ 이상)로 비행하며, 추진체에서 분리된 탄두가 활공 도약하는 등 불규칙한 궤도로 낙하해 추적 및 요격이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위주로 하는 방어적 태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이 자체의 억지력 차원에서 3축체제를 구축하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작동하고 있지만 군사안보 환경과 북한발 리스크를 감안하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제 미국은 확장억제를 넘어 미국과 동맹·우방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통합억제로 전환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인도·태평양지역 통합억제 이행’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퍼시픽포럼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후원으로 개최한 이 회의에는 인도·태평양지역 내 주요국 관리들과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존 아킬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통합억제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 혼자 힘으로 국제 이슈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당면한 안보 문제만 해도 우크라이나, 중동,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글로벌 핫스폿(분쟁지대)은 갈수록 연계되고 전장과 도메인이 통합되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여러 개 전역에서 동시에 작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이 말하는 통합의 의미는 안보 담당 부서 간 기능 통합도 있지만 동맹·우방의 임무와 역할 통합, 더 나아가 동맹 간 방산 인프라 통합까지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 통합억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처음 발표한 국가방위산업전략에서 국무부, 국방부, 상무부, 재무부 등 여러 조직에서 담당하던 방산 업무를 통합해 통합억제를 위한 방산 역량 강화를 천명했다. 방위산업 기반 정책을 전담할 차관보직도 신설했다. 주요 내용은 동맹과 우방의 방산 인프라를 연계한 방산 생태계 조성 및 강화다. 캐나다, 호주, 영국,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과 방산 공동 생산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에서 우수한 방산 역량을 보유한 한국은 필수 파트너다. 한국은 155㎜ 탄약을 임대 형식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등으로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방산물자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미국은 사용할 무기를 미국 밖에서 더 많이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에 좋은 기회다.
이제 인도태평양지역의 통합억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만해협·남중국해 우발사태와 한반도 평화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있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해 미국·나토 간 핵 공유와 유사한 재래식·핵 통합(CNI·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을 구체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자체의 비핵 억지력과 거부적 억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커지는 글로벌 핫스폿 연계와 도메인 통합 추세에 따라 우리도 안보의 통합적 시각과 접근을 강화해야 할 때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